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들의 취향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진다고들 한다. 한 명의 소비자를 잡기 위한 기업들의 열띤 노력은 거리와 티비를 가득 메운 신제품들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마치 쫓아오는 뱁새를 유유히 앞서는 황새처럼, 기업의 생각을 요리조리 앞서가는 소비자들은 너무 똑똑한 것만 같다.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공들인 전략이 복잡하게 꼬이기만 하고 생각만큼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참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소비자는 기업이 생각하는 만큼 ‘똑똑’할까? 여기 소비자의 속성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가 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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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 수잔 피스크(Susan Fiske)는 사람들을 '인지적 구두쇠'라고 말했다. 인지적 구두쇠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보를 처리 할 때 두뇌가 사용하는 많은 에너지를 되도록 절약하려고 하는 특성 즉, 하나의 생각체계를 만들 때 가장 최소의 노력을 들이는 버릇을 가진 것을 일컫는다.
이러한 특성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떤 대상에 대해 첫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인지적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그 노력을 최소화하려는 습성이 있어 자신의 판단에 부합하는 근거들만 수용하게 되고, 이렇게 고정된 생각의 틀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 이 작용이 계속되게 되면 어떤 대상에 대한 그 사람의 주장은 견고해지게 되고 이는 결국 하나의 '습관'이 된다. 사람들이 대부분의 구매행동에서 특정 제품을 새로 평가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는 것도 이른바 '습관'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은 설득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무리 새롭고 참신한 이미지를 수용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애써도 그들의 견고한 생각은 왠만해서는 잘 바뀌지 않는다. 이미 굳어져버린 수용자들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노력보다 그들의 기억 속에 '첫 번째'가 되는 것 즉,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요즘 기업의 CEO들이 얼굴경영을 중요시 여겨 자신의 얼굴을 바꾸는 수고를 하며 브랜드의 인상을 좋게 만드려는 것도 이 흐름에 일조하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과부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욱 더 인지적 구두쇠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스콧 맥닐리 썬마이크로 시스템 사장은 '복잡함이 사람들을 미치게 한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이 발전할수록 복잡함에 대항하는 소비자의 단순화 욕구는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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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소비자의 경향을 잘 이용해 성공한 브랜드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의 아이팟은 앞선 경쟁사 제품보다 비쌌고 저장용량도 적었다. 그러나 MP3플레이어의 핵심기능인 볼륨조절과 음악탐색을 손쉽게 함으로써, 사용자들은 별도의 사용 설명이나 연습없이도 기기에 대한 부담없이 사용법을 손쉽게 익힐 수 있었다. 기능을 단순화 시킨 아이팟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새로운 습관을 창출하였고, 또 소비자들로 하여금 이렇게 형성된 새로운 습관에 숙달되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인지적 구두쇠의 특성을 알지 못한다면 설득에 있어 시도되는 많은 노력들은 그저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그들을 설득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 바로 단순화를 통해 새로운 습관을 창출하는 것이다.